번역을 하고서

이제 책이 나온 지 몇 달 지났으니 정신을 조금 차린 상태에서 번역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해서 글을 적어 봅니다. :)

솔직히 처음에는 제대로 번역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 반신반의했답니다. 일본에서 일하면서 일본어를 늘 쓰고 있지만,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일본어 실력과 글을 한국어로 옮기는 일본어 실력이란 서로 다른 차원의 것이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예정했던 시간을 넘기고 넘겨 몇 달이나 늦게 최종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그 뒤로도 여러 번 고쳤지요. 그런 번역을 하면서 느낀 것이 여러 가지 있었습니다.

일본어가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하고 같은 한자 언어권이라서 사용하는 용어도 대부분 비슷해서 번역하기는 수월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하는 분야인 프로그래밍 관련 책이라서 용어도 뜻을 알기 쉬웠고요.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어려웠습니다. 잠깐만 한눈을 팔면 글을 읽는 운율이 끊어지는 번역이 나오더라고요. 이른바 번역체가 말이죠. 요즘은 하도 많이 보여서 한국어에 새롭게 편입된 어체인가 싶기도 하지만 번역한 책을 읽다 보면 그런 번역체가 나올 때마다 운율이 어긋나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 번역하다 보니 그런 번역체가 어디선가 계속 툭툭 튀어나오는 겁니다. 그때 생각했지요. 아, 다들 이래서 고생하는구나고. ^^;

그리고 처음에는 빨리 번역하겠다고 쭉 읽어나가며 바로바로 글을 옮겼지만 그렇게 하니 하면 할수록 고칠 것이 많아져서 오히려 늦어지기에 나중에는 방법을 바꾸었지요. 그건 한 문단을 다 읽고 머릿속에서 정리한 다음 글로 옮기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하니 원문에서 설명을 너무나 자세하게 하거나 중언부언을 해서 오히려 읽기가 어려워진 부분을 쳐낼 수가 있어서 일도 빨라지고 스스로 이해할 수 없다면 글로 옮기지 않겠다는 다짐도 지킬 수 있었고요. 사진도 그렇지만 번역도 얼마나 많은 것을 담을 것인가가 아니라 더는 줄일 수 없을 때까지 줄이는가가 중요하다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원문을 사정없이 다 쳐냈다는 건 아니니 걱정 마세요.)

편집을 하시는 분과의 교류도 참 중요했습니다.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나쁜 버릇이 나오는 곳을 지적받으니 글이 나아지더군요. 글을 고치고 있으니 이렇게나 다듬어지지 않은 글을 확인한다고 많이 고생하셨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고마웠고요.

번역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이런저런 것을 많이 깨달았고요. 또 다른 책도 번역해보고 싶지만, 아직 마음이 끌리는 책이 보이지 않네요~ 우선 누가 시켜준데? 이것이 더 큰 문제이긴 하지만요. :)

by NuRi | 2008/08/04 23:27 | 잡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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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8/05 11: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NuRi at 2008/08/09 16:25
비공개 : 과찬이십니다 ^^;
Commented by 은사자 at 2008/08/21 23:15
덧글보고 놀러왔어요. 와..번역을 하셨군요. 어떤 책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번역작업 힘들 것 같아요. 보통 번역 하신 분들 보면 너무 힘들다...다시는 못하겠다..이러시는데
재밌게 하셨다니 다행이예요. 축하해요~ 보람되시겠어요!^^
Commented by NuRi at 2008/08/26 21:09
은사자 : 감사합니다. ^^ 컴퓨터쪽 책이였답니다. 힘들지만 재미있다는게 참 신기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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