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서문이란 걸 적어 봤습니다


'한 번 해볼까?'

이런 마음으로 어떤 일을 시작해 본 경험은 누구라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것도 바로 그 한마디부터였다. 하지만, 나날이 쌓여가는 영양제와 늘어나기만 하는 수정 작업에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기도 했지만 번역할 쪽 수가 줄어들수록 오히려 아쉬움마저 생겼다. 책이 그만큼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입력한 명령대로 컴퓨터가 움직이는 그 짜릿했던 순간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해서 하품만 나오는 10년차, 일단 돌아가기만 하면 점수는 받으니까 라고 발등에 붙은 불을 끄는 학생, 자신은 Man month 속 숫자에 불과한가라고 고뇌하고 있는 파견 근무자, 그럴 리가 없는데 라고 중얼거리며 버그를 잡고 있을 그 누군가까지 세상 어딘가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만드는 개발자가 있을 것이다. 그런 개발자들에게 저자는 이 책을 선물한 건지도 모른다. "자신를 위한 코딩이 있는데 어때?" 라며 여러분의 지친 어깨를 두들기면서 말이다.

숏코딩은 어쩌면 가장 어려운 코딩이다. 회사에서 숏코딩을 하라고 시킬 리는 없으니 결국 스스로 나서서 하는 것인데 스스로 하는 일에는 끝도 평가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그건 스스로 나서서 하는 일이 무엇보다 즐거우니까 라고 생각한다.

책을 번역하면서 어쩐지 저자와 바둑을 두는 기분이 들었는데 어찌나 저자의 한 수 한 수가 생각지도 못한 곳을 찔러오는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여러분은 문제가 나오면 그 순간 책을 덮고 소스 코드를 짠 다음에 다시 책을 보기 바란다. 저자의 한 수 한 수는 콜럼버스의 달걀 급부터 상대성 이론 급까지 다양하기에 깊이 음미하려면 스스로 경험해보는 수밖에 없다. 이런 말을 하는 누구는 저자의 다음 한 수가 너무나 보고 싶어져서 소스를 만들기도 전에 다음 장을 봐버리기도 했지만.

이 책에는 알고리즘과 관련된 문제가 많이 등장한다. 검색이나 정렬 같은 알고리즘은 그 어떤 개발 관련 책에도 꼭 등장하는 주제이지만 그저 외워야 할 것 같던 알고리즘이 이 책을 보다 보면 어쩐지 가깝게 느껴지는데 그건 아마도 이 책이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던 결과물(=알고리즘)만 보다가 선배 프로그래머가 밤낮으로 고민해 가며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 많이 성장하듯이 저자의 땀과 눈물이 담긴 코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틈에 훌쩍 커진 자신이 느껴질 것이라고 믿는다.

번역이 힘들면 관두라고 하면서 오히려 용기를 주신 부모님과 동생에게 감사한다고 말하고 싶다. 타향에서 일하면서 전화도 자주 하지 않는 불효자식이지만 늘 따뜻한 말로 걱정해주시는 부모님이 계셔서 힘낼 수 있었다. 함께 일하며 많은 것을 알려준 동료,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움을 준 친구들도 고마운 존재이다. 그리고 번역해 볼 사람을 찾는다는 글로 우연한 만남을 만들어 준 이글루스도. 오래 기다려 주신 한동훈씨에게는 고마움 반, 미안한 마음 반이다.

번역이 끝난 지금 생각하면 그때 한 번 해볼까 라고 나서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속는 셈치고 이 책을 사서 숏코딩을 한 번 해보길 바란다. 그럼 분명히 좋은 일이 생길 테니까.


요근래 100자 넘는 글을 잘 안 적었더니 이만큼 적는데도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
서문까지 쓰고나서 보니 정말 번역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by NuRi | 2008/05/04 09:49 | 잡담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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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리스 at 2008/05/04 12:13
오오. 기대하겠습니다.
Commented at 2008/05/04 12: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ayner at 2008/05/04 13:46
번역 끝냈다고 하신 지도 좀 지난 것 같은데, 이제 서문까지 쓰셨으니 곧 나오겠네요. 축하드립니다.
Commented by An_Oz at 2008/05/04 14:30
와와 축하드립니다!
Commented by NuRi at 2008/05/06 23:24
리스 : 감사합니다~

비공개 : 쑥스럽네요 ^^;

Layner : 그 뒤로도 조금씩 고쳤답니다.

An_Oz :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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